온라인에서 '불면증 십계명'에 관한 내용을 기존에 많이 접해보셨을 겁니다. 물론 다 맞는 이야기이고 실천하면 좋을법한 이야기이지만 제가 불면증 환자들을 치료해보며 느낀바로는 몇 가지 보완하면 좋을 점들이 있어서 불면증 십계명을 새로 써봤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는 불면증 십계명은 대략 이러한 내용입니다.

1.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라.

2. 잠자리의 소음을 없애고 온도와 조명을 안락하게 하라.

3. 낮잠은 피하고, 자더라도 10분 이내로 짧게 자라. 

4. 낮에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은 수면에 도움이 된다. 단 늦은 밤에 하는 운동은 수면에 방해가 된다.

5. 카페인, 알코올, 담배는 피하라.

6. 잠자기 전에 과식은 피하고 적당한 수분섭취를 하라.

7. 수면제의 일상적인 사용은 피하라.

8.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피하고 이완하는 것을 배우라.

9. 침대는 잠자는 것과 부부생활로만 이용하라. 독서, TV시청 등 다른 행동은 피하라.

10. 잠자리에서 30분 정도 누워 있다가 잠이 안 오면 일어나서 다른 것을 하다가 졸리면 들어와 잠을 청하라. 너무 오랫동안 잠자리에 누워 있지 마라.

대체로 이러한 내용으로 보셨을텐데요, 이 중에서 제가 보기엔 몇 가지를 수정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3. 낮잠은 피하고, 자더라도 10분 이내로 짧게 자라. 

낮잠을 피하라는 말은 만성 불면증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만성 불면증을 앓고 있는 분들한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면시간이 계속 부족한 상태에서 낮잠이 밀려오는 것은 정상적인 상태거든요. 바로 수면 시간을 보충하기 위한 정상적인 욕구죠. 그런데 그 수면 욕구를 일부러 차단시키고 운동을 하러 억지로 나간다거나 하면 수면 시간은 계속 부족한 상태가 되고 체력은 깎이면서 심리적으로 짜증과 불안, 무기력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저는 차라리 낮잠을 적극적으로 즐기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낮잠은 길어봐야 30분에서 1시간인데요, 그것으로 부족한 수면을 메꾸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보면 오히려 낮잠을 잘 자는 사람이 밤잠도 잘 잡니다. 단, 너무 늦은 시간의 낮잠은 해가 되니 피하시고, 침대가 아니라 의자나 소파에서 조금 불편하게 잠드시길 권합니다.

졸리면 자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낮에 졸음이 오는데 자지않는게 습관이 되면 밤에도 졸린데 자지 않는다는 공식이 발동될 수 있습니다. 낮잠은 밤잠을 연습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

4. 낮에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은 수면에 도움이 된다.

만성불면증인 경우에는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고 항상 피로를 느끼고 무기력감, 우울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운동을 많이 하는 게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특히 운동 정도, 강도, 횟수가 내 체력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넘어가 버리게 되면 오히려 그게 원인이 되어서 잠이 더 안 올 수도 있습니다. 몸이 힘든데 늘 똑같은 양의 운동을 해내려고 하면 컨디션 조절에 도움이 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노동이 되어버리면서 몸이 극단적으로 피로를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운동을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본인의 체력에 맞게, 그리고 그날 그날 컨디션에 맞게 강약조절을 하시면서 하시기를 권합니다. 하루 이틀 쉬어도 괜찮습니다. 운동에 대해 욕심을 부리지 마시고 체력에 맞게 산책 같은 걸 하시면서 가볍게 해보시기 바랍니다.

9. 침대는 잠자는 것과 부부생활로만 이용하라. 독서, TV시청 등 다른 행동은 피하라.

잠자리에 누워서 잠을 자야 된다는 생각에 얽매이게 되면 잠은 청개구리이기 때문에 오히려 잠이 도망가버릴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잠자리 누웠을 때 '자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차라리 다른 걸 하는 게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단, 불을 끄고  귀로듣는 걸로 해야합니다.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강의를 듣거나 하는 식이죠. 요즘 책을 읽어주는 어플이 많으니 그런 것들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잠자리에 누워 차라리 다른 것에 집중을 하시는 것이 오히려 잠에 대한 집착이라든지 압박감을 떨어뜨려서 몸이 이완이 되고, 잠으로 들어가는 기회가 더 많아집니다. 

​

10. 잠자리에서 30분 정도 누워 있다가 잠이 안 오면 일어나서 다른 것을 하다가 졸리면 들어와 잠을 청하라. 너무 오랫동안 잠자리에 누워 있지 마라.

마지막으로 10번입니다. 잠자리에 들어서 30분 이내 잠이 안 오면 다시 일어나고, 졸리면 다시 누우라는 내용인데요. 이렇게 하다 보면은 문제가 되는게, 정말 밤을 새기도 한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불면증 환자분들은 30분 만에 잠이 안 들듭니다. 30분 이내 잠이 들면 그건 불면증이라고 얘기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30분 후에 잠이 안 들면 일어나서 다른 걸 하다보면 잠이 확 달아나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가 30분이 지나 나오게 되고.. 이러한 상황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새벽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러한 방법보다는 눈만 감고 편안히 누워만 있으라고 저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던것처럼 귀로 뭔가를 집중하면서 편안히 계시다 보면 오히려 잠에 빠져들 확률이 더 높아지게 됩니다. 단, 나도 모르게 잠에 대한 생각이 확 치밀어 오르면서 좀이 쑤시고, 불안하고, 가만히 못 누워있겠다 싶은 경우에는 침실에서 나와서 분위기 전환을 좀 해주시다가 마음이 좀 누그러지면 다시 들어와서 눕는 것이 좋습니다. 요령껏 하시라는 얘기죠.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을 토대로 새로 불면증 십계명을 써보았습니다. 

​

내용이 외우기 어렵다면 프린트를 해서 붙여놓으시더라도 적극적으로 활용을 좀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659eDuXI6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