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증가를 동반한 불면증

사람은 체중이 증가하면 수면이 늘어나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점심을 많이 먹고 나면 이내 피로가 몰려와서 잠시 토막잠을 자거나 졸림을 참지 못해서 꾸벅 꾸벅 졸았던 경험이 한 두 번은 있으실 겁니다. 그렇게 과식과 포만감을 즐기면서 활동량이 줄어들다 보면 체중은 증가하게 되고 증가된 체중에 맞춰서 잠은 자꾸만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일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증가된 체중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몸이 지쳐 있는 상황에서 공부나 스트레스 과도한 육체노동 등으로 에너지 소모가 많은 분들은 반대로 불면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체중이 증가하면서 불면증이 나타난 분들의 특징을 잠깐 살펴보면요.

첫 번째로 심장에서 늘어난 체중에 대한 부담을 느끼면서 다소 소심해지는 경향성을 보입니다. 담력이 약해져서 놀이공원 가는 걸 꺼리게 되기도 하죠.

두 번째로 심장의 부담이 가슴 두근거림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쉽게 불안해하고 조금만 긴장해도 식은땀을 흘리기도 합니다.

세 번째로 낮 시간에는 심한 피곤과 졸림을 호소하다가 밤이 되면 오히려 정신이 맑아진다고 합니다. 해가 떠 있는 시간에 활동하는 것이 부담이 되는 겁니다.

네 번째로 허리 어깨 등의 통증을 호소합니다. 무거워진 체중에 대한 근육의 부담감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다섯 번째로 오전에 얼굴이 붓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체내 수분대사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주로 오후보다는 오전에 얼굴 쪽으로 붓기를 많이 느끼게 됩니다.

여섯 번째로 땀을 내고 나면 상쾌함을 느끼거나 운동 뒤에 잠자는 게 조금 더 수월하다고 합니다. 운동을 통한 혈액순환이 일어나면서 몸이 정상상태로 돌아가려는 반응인 거죠.

필자의 환자분 중 한 분이 1년 사이에 10kg의 체중이 증가했는데 갑자기 최근 들어서 밤에 잠이 안 오는 증상으로 내원하셨습니다.

올해 고 3이 되기 때문에 공부 뿐 아니라 건강유지 측면에서도 꼭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수면시간은 5시간 정도로 다른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많이 부족하진 않았지만 잠들 때 까지 걸리는 시간이 2시간 정도가 걸려서 수면의 효율이 떨어지는 입면불리형 불면증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체중증가로 인한 불면증의 특징들을 많이 호소하고 있었지만 시험 전에 불안감과 가슴 두근거림이 컸기 때문에 불안감을 잡아주기 위한 치료가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환자의 어머님이 밤잠도 밤잠이지만 낮에 너무 피곤해해서 공부하기가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얘기하셨기 때문에 체중을 줄여서 심장의 부담을 줄이고 피로감을 덜어줘서 집중력을 올릴 수 있도록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치료 후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으로 낮 시간의 졸림이 줄어들면서 수면도 함께 좋아졌던 분이었습니다. 물론 체중도 함께 줄어 들었구요.

이 환자분처럼 공부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 등이 식욕증가라는 변화를 만들어 냈고 이로 인해서 체중이 증가하는 체질적 경향성과 함께 불면증을 보이는 경우 불면증에 초점을 맞춰서 치료를 이끌어가기 보다는 체중증가라는 몸의 변화를 이전의 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불면증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불면증이라고 해서 단순히 수면을 유도하는 것만이 불면증의 유일한 치료가 아니라는 점과 불면증이 생겼을 때 스스로 잠을 쫓으려 하기 보다는 몸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건강한 불면증 치료가 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됩니다.

-잠박사 허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