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감기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부쩍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볍고 콧물만 훌쩍거리는 감기라면 그나마 다행이죠.

콧물 기침에 열이 나면서 목이 아프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접어들게 되죠.

얼핏 보면 감기와 불면증이란 주제가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감기 걸리는 거랑 불면증이랑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하고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는데요.

오늘 드리려고 하는 불면증 얘기는 감기를 앓은 이후에 시작된 불면증에 관한 것입니다.

약 6개월 전에 감기가 걸려서 감기약을 처방받아서 복용을 했었는데 갑자기 감기약을 복용한 이후부터 이름 모를 불안감이 찾아오더니 잠이 안 오기 시작한 분의 얘기인데요.

처음엔 왜 그러나 해서 이유를 모르니 급한 마음에 병원으로 달려갔고 불안하고 잠을 못 잔다는 얘기만 했더니 신경안정제를 처방해 주더랍니다. 그렇게 안정제를 먹고 불안과 불면이 사라지나 했는데 안정제를 안 먹으니 다시 불면증이 시작되고 다시 안정제를 먹자니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안정제 복용은 하지 않은 채 다른 방법으로 억지로 버티면서 지내오신 분이었습니다.

단순히 감기약을 먹은 것 밖에 없는데 갑자기 시작된 불면증에 당혹스럽기도 하고 오랫동안 잠을 못 자다 보니 어김없이 몸에 이상신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요.

눈이 충혈 되면서 피로감이 심하고 두통, 어지러움, 상지 근육통과 함께 피부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또 이전보다 더위를 더 많이 타게 되면서 짜증이 이전에 비해서 많이 늘어났다는 변화를 호소하셨습니다.

감기약 중에서도 항히스타민 계열의 약들(콧물 가려움증을 치료해 주는 약)을 복용할 경우에는 졸림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감기약 먹고 졸리다는 얘기를 하게 되는데요.

감기약 중에서도 기침을 줄이기 위한 약들의 경우엔 가슴 두근거림, 혈압 상승, 두통, 어지러움, 불안, 불면 등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주로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작용을 하는 약들에게서 일어나는 부작용인데요.

체력이 약하지 않거나 심장이 강하다고 하는 분들 혹은 감기 초기에 땀을 흘리고 나면 감기 기운이 사라진다고 얘기하는 분들에겐 잘 나타나지 않지만 체력이 약하거나 평소 예민하고 땀을 잘 흘리지 않는 분들은 이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분의 경우 처음에 감기약의 부작용에 의해서 불면증이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감기가 완전히 물러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 불면증을 6개월 동안 지속하는 큰 원인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전보다 더위를 더 많이 타면서 한 번씩 열이 난다는 점, 두통이나 근육통, 안구 충혈 등 전형적인 감기증상은 아니지만 아직도 감기로 인해 발생된 열이 몸에 잔존하고 있는 상태이고 그로 인해서 ‘더워서 못 자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한의학적으로는 소양병이라고 지칭하는데요. 감기로 인해 발생된 열이 깨끗하게 사라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몸속으로 쑥 들어오지도 않는 상태로 덥기도 하고 춥기도 한 상태의 병증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소양병에 주로 쓰이는 약재와 함께 짜증이나 눈의 충혈 등으로 봤을 때 간열이 살짝 생긴 것 같아서 간열을 식혀주는 약재를 병행해서 치료했는데요.

처음 드시면서부터 편안한 마음이 들더니 짜증과 몸에서 열나는 게 줄면서 수면도 함께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감기약의 부작용으로 불면증이 시작되긴 했지만 감기로 인해 발생된 열이 풀어지지 못하면서 지속적으로 몸을 괴롭혀서 잠을 계속 못 자는 만성 불면증으로 이어졌던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간혹 이렇게 감기 이후에 불면증을 앓게 되는 분들이 많은데요.

감기약의 부작용으로 인한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감기로 인한 급격한 체력저하 혹은 감기 이후에 풀어지지 못한 열이 잠복되어 있음으로써 나타나는 불면증이 더 흔합니다.

한의학적으로는 이렇게 소양병이라는 병명에 준해서 치료하거나 열이 조금 더 심한 경우 혹은 체력이 더 약한 경우 등등 환자의 상황에 따른 치료를 통해서 불면증을 치료하게 됩니다.